필자는 타지에서 유학생으로 오래 살았다.
학사, 석사 총 6년을 공부하고 현지에서 인턴까지 1년을 하고 돌아왔으니 총 7년을 해외에서 살았다.
20대 초반을 날려버린 기분도 들지만 마냥 싫은건 또 아니였다.
한국에서 대학을 다녔다면 겪지 못했을 다양한 경험도 했었고
해외여행도 비교적 저렴하게 다녔고
한국이였다면 그 나이 때에 절대 만날 일 없는 직종의 사람들과 친분을 쌓기도 했다.
하지만 타지생활이 언제나 장점만 있는것은 아니다.
해외에서 공부를 하며 느꼈던 여러가지(깨져버린 나의 환상들)를 써보고자 한다.
유학생활에 대한 환상 1. 같은학년 현지인 친구들과 즐거운 학교생활을 보내게 될것이다!
위의 사진과 같은 캠퍼스 내 잔디밭 위에서 도란도란 학문에 대해 토론할 것만 같다.
하지만 그것은 순 거짓부렁탱이.
입학하면 아무리 입학 전에 언어를 마스터 하고 왔다고 하지만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장벽에 가로막혀
아는 말도 입이 안떨어져서 덜덜덜거리다가 말 할 기회조차 놓치고 만다!
서양 친구들에게는 동양인은 무조건 중국인이기 때문에 처음엔 중국인이라는 오해를 받으며 다녀야 하고
갓 대학에 올라온 현지인들은 한국인보다 한두살 어리다. 그렇기 때문에 동양인(혹은 외국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친구들이 많다.
우리가 유학을 가는게 모험이듯 현지인들도 자기 그룹에 있는 동양인을 대하는게 모험이다.
이 부분은 초창기만 잘 지내면 현지인 친구들과도 차츰차츰 친해지고 수업도 대충 알아들을 수 있기 때문에
극복 가능하지만, 이 시기를 버티지 못하고 중도포기하는 한국인 유학생을 꽤나 많이 봤었다.
필자는 핵아싸로 6년 과정을 무사히 마친다.
유학생활에 대한 환상 2. 커피 한 잔의 여유 / 해외의 정취를 만끽
은 개뿔 커피 마시면서 과제하기 바쁘다.
(TMI - 필자는 엄청난 잠만보이기 때문에 커피 한 잔 정도는 잉어킹의 튀어오르기 공격을 받은것과 같은 효과를 갖는다)
오전에 가서 1교시부터 4교시까지 풀로 수업듣고 집에 돌아와서 그 날 받은 과제를 하다보면 하루가 그냥 날라가버린다.
(TMI - 사실 과제를 하는것도 아니다 그냥 과제 관련 전공서적을 뒤적이다가 하루를 날리는 것)
게다가 어떤 과목들은 과제 혹은 답을 달아야 하는 질문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단어의 정의부터 찾는 일을 반복해야한다.
'아니 그래서 이걸 하라는거여?'
'이게 이거 아닌가?'
'이렇게 하는게 맞나?'
'아 몰라 그냥 내버려'
따위의 생각들이 연차적으로 떠오르고.....
정 모르겠으면 교수님께 찾아가 과제을 다시 여쭤보거나
과제를 수행하는 대신 다른 조사나 레포트를 제출하면 과제를 한 것으로 쳐주시기도 하였다.
그래도 필자는 과제 제출 일을 어기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한 덕에
교수님들이 '노력이 가상하다'는 평을 해주신 것 같다.
점수가 문제가 아니라 그 과제물을 제출했다는 데에 의의를 두고 살았었다.
해외의 정취요? 그게 뭐죠?
실제로 유명하다는 관광지도 인턴생활을 시작하고 나서야 찾아다니기 시작했으니 이정도면 말 다했다.
유학생활에 대한 환상 3. 자유로움
은 개나주자. 유학생활은 외로움이다.
아침에 몇 시에 일어나던, 수업에 가던 말던, 술을 퍼마시던, 게임에 빠져살던 그래 그 모든게 내 자유다.
하지만 유학하면서 제 때 시험봐서 제 때 졸업하고 싶다면 자유보다는 외로움과 더 친해지게 된다.
필자도 어린나이에 유학길에 올라서 처음에는 몰랐지만 2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점점 나의 감정상태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원인을 나 스스로 찾아내게 되니
이 모든게 결국은 외로움이라는걸 깨닫게 되었다.
같은 시기에 입학을 한 동기고 뭐고 그 누구도 채워주지 못하는 타향살이의 외로움이란 이루 말 할 수 가 없다.(오글)
주변 지인들이 본인의 중학생된 자녀를 보여주며
"우리 ㅇㅇ이 유학 보내려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라며 물어온다. 너무나도 쉽게.
그 때마다 필자는
"ㅇㅇ이가 강력하게 가고싶어하면 보내도 된다고 생각해. 나를 봐, 나 내가 원해서 가서 졸업도 잘 하고
모든게 잘 됐지만 나한테 남은건 외로움 뿐인 것 같아"라고 한다.
필자도 대단한 사람은 못되고 그저 타지생활 조금 먼저 해 본 경험으로 말해주는거
듣고 말고는 개인 자유이지만, 어린것들이 가서 고생할거 생각하면 내가 다 안쓰럽다.
결국 유학생활의 진정한 자유란 학교를 졸업했을 때인것을-껄껄껄
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으니 너무 부정적인 시각만 갖진 말자!
여태까지
였습니다! 빠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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